본문 바로가기

프리랜서 디자이너

프리랜서 디자이너 1인 사업의 첫 해, 이렇게 일했어요

회사 밖 세상, 첫걸음은 막막했지만 설렘도 있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독립을 결심하고 1인 사업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마음 한편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자리하고 있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팀원들과 협업하며 일정한 루틴 속에서 일하던 회사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은 것만으로도 신선했다. 더 이상 팀장의 피드백을 기다릴 필요도 없고, 내가 맡고 싶은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가능성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자유는 생각보다 금방 막막함으로 바뀌었다.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분명 좋았지만, 정작 그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계획하지 않으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첫 몇 주는 내 이름으로 된 명함을 만들고,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개인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동시에 과거 함께 일했던 지인들에게 독립 소식을 알리고, SNS를 통해 작업 활동을 조심스럽게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첫 외주 제안을 받았다.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이 일을 정말 혼자서 다 해낼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도 함께 몰려왔다. 견적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계약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조차 몰랐지만, 하나하나 인터넷을 뒤지고 직접 문서를 만들어가며 처리했다. 작업은 잘 마무리됐고, 예상보다 빠르게 첫 수익이 들어왔다. 그 순간 나는 실감했다. “이제 정말 내 이름으로 일하고 있구나.” 프리랜서로서의 첫 수익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나라는 개인이 하나의 '사업체'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첫걸음은 불안했지만, 동시에 확실히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 출발점이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1인 사업 첫 해에 제가 한 일

수입은 불규칙, 일은 예측불가… ‘리듬’ 만들기까지의 시간

직장에서는 고정된 월급이 매달 말이면 자동으로 들어왔고, 정해진 일정 안에서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면 됐다. 하지만 프리랜서의 세계는 전혀 달랐다. 일은 들어올 때 확 몰려들고, 없을 때는 한 달 내내 조용하다. 3월에는 단 한 달 만에 직장 월급의 두 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지만, 5월에는 단 한 건의 프로젝트도 없었다. 이런 들쑥날쑥한 수입 구조는 곧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일이 없을 땐 ‘앞으로 계속 일이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에 시달리고, 일이 몰릴 때는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돼’라는 생각에 무리해서 일정을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과로와 스트레스가 쌓였고, 일 자체가 즐겁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도 많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프리랜서도 루틴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일하는 리듬’을 만들기로 했다. 제안이 들어오면 바로 수락하는 것이 아니라 단가와 작업 기간을 면밀히 따져보고, 일정표를 주간 단위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오전에는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메일 회신, 견적 조정 같은 행정 업무를 집중적으로 처리하고, 오후에는 디자인 작업에 몰입하는 시간으로 설정했다. 저녁은 원칙적으로 업무에서 손을 떼는 시간으로 정하고, 일정을 조정할 때도 주말 작업은 최대한 지양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비수기 준비용 자금’을 따로 마련한 것이다. 수입이 많은 달에는 일정 금액을 따로 적립해, 일이 없는 달에도 생활비나 고정 지출에 흔들리지 않도록 대비했다. 수입은 여전히 고르지 않았지만, 이처럼 나만의 구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안정과 일의 효율이 동시에 찾아왔다. 프리랜서에게 중요한 건 고정 수입이 아니라, 흐름을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체계였다.

 

클라이언트 관리, 작업 외에도 일이 많다는 걸 실감하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 중 하나는, 정작 디자인 작업보다 디자인 ‘외’의 일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었다. 일감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계약을 체결하고, 중간 피드백을 반영하며, 일정에 맞춰 수정과 최종 납품을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었다.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했다. 어떤 요청은 모호했고, 어떤 피드백은 상충됐으며, 때로는 작업 방향이 한밤중에 급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정리와 문서화’였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무조건 계약서를 작성했고, 견적과 일정, 수정 조건, 납품 방식, 저작권 귀속 여부 등을 명확히 기재했다. 메일이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도 중요한 내용은 반드시 캡처하거나 문서로 보관해두었다. 또,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을 받은 후에는 내 입장에서의 정리 문서를 작성해, 확인 요청과 함께 다시 전달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체계화했다.

초반엔 이런 방식이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큰 차이를 만들었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줄어들고, 프로젝트 종료 후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현저히 줄었다. 나 혼자 작업을 하는 것이지만, 그 결과물은 상대에게 ‘프로답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클라이언트를 관리하는 것은 단지 응대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의 업무가 매끄럽고 신뢰할 만하다는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었다. 그걸 체감한 이후부터, 나는 디자인보다 클라이언트 경험을 우선 설계하게 되었다.

 

성장의 기회는 ‘기록’에서 시작된다는 걸 깨달았다

사업 첫 해가 지나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생겼다. 무엇이 잘됐고, 무엇이 아쉬웠는지를 파악하려면 반드시 기록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작업물 파일만 정리했지만, 점점 더 자세한 기록이 필요해졌다. 어느 클라이언트와 어떤 단가로 일했고, 피드백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고, 내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런 기록은 단순한 회고에 그치지 않고, 다음 프로젝트에 그대로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이전에 작성한 견적서를 바탕으로 새로운 견적 템플릿을 만들고, 클라이언트 대응 매뉴얼을 정리하면서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훨씬 빠르고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노션과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그 기록을 체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수입과 지출은 스프레드시트에 주 단위로 입력했고, 피드백 사례와 계약 조건, 클라이언트 유형 등은 노션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했다.

또한 작업 과정을 기록해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완성된 결과물뿐 아니라, 시안 제작 과정이나 아이디어 발상 노트, 실제 클라이언트 요청 사항과의 차이를 보여주는 콘텐츠를 통해 내 작업 방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했다. 이 기록들이 쌓이자 새로운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러운 포트폴리오가 되었다.

결국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지속 가능성’이다. 실력은 기본이고, 그 실력을 어떻게 운영하고, 반복하고,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기록은 그 모든 과정을 연결해주는 고리였다. 프리랜서의 첫 해는 서툴고 조심스러웠지만, 그 모든 경험은 지금의 나를 만드는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