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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디자이너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1인 사업자 등록 후 후회했던 점

사업자등록, 너무 쉽게 결정했던 첫 단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독립한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을 하는 것이었다. 작업 의뢰가 몇 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클라이언트 측에서 세금계산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아, 이제 나도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나 보다”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곧장 등록 절차를 밟았다. 당시엔 그저 서류 몇 장과 인감도장만 있으면 금방 처리되는 행정 절차쯤으로 여겼고, 실제로 몇십 분 만에 사업자등록증을 받아들었다. 그렇게 나는 공식적으로 1인 사업자가 되었다.

문제는 그 후부터였다. 간이과세자와 일반과세자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클라이언트가 기업이면 일반과세자가 나아 보이겠지”라는 판단으로 일반과세자로 등록한 것이 큰 실수였다. 일반과세자의 경우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받고 납부해야 하고, 부가세 신고와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도 따라온다. 막 독립해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와 같은 의무는 생각보다 큰 부담이었다. 특히 디자인 업무 외에도 회계와 세무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나에게는 적잖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결국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워 세무 대리인에게 위임하게 되었고, 예상하지 못한 고정 지출이 생기면서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주었다. 지금 돌아보면, 사업자등록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사업 운영'의 시작이기 때문에, 충분한 이해와 계획을 거친 후에 진행했어야 했다고 느낀다. 최소한 연 매출 추정, 주 고객의 유형, 세금 환급 가능성 등을 고려한 시뮬레이션 정도는 해봤어야 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1인 사업자 전환 후 후회되는 점

매출보다 먼저 온 세금 스트레스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나니 곧장 마주하게 된 것이 세금 고지서였다.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는 물론이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까지 예상치 못한 지출 항목이 매달, 혹은 분기마다 발생했다. 사업 첫 해였던 만큼 매출이 고정적이지 않았고, 월별로 들쑥날쑥한 수입 속에서 이 고정적인 세금 부담은 심리적으로도 압박으로 다가왔다. 특히 부가세 신고가 처음으로 찾아왔을 때는 꽤 당황했다. 업무 특성상 프로젝트별 입금 시점이 다르고, 견적서와 세금계산서 발행일이 일치하지 않아서 정산 자체가 복잡하게 꼬여버린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부가세를 따로 받아서 따로 모아두면 된다고 들었지만, 실제로는 그 금액이 생활비나 경비로 이미 지출된 경우가 많았다. 고가 장비나 소프트웨어 구입비처럼 환급 가능한 항목들도 증빙이 제대로 안 되어 손해를 본 적도 있었다. 이렇게 복잡한 세금 구조 속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수입은 아직 불안정한데, 세금은 일정하게 나가야 하니 매달 현금 흐름이 뒤틀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사업자등록은 단순히 ‘등록하고 끝’이 아니라, 재무 구조와 회계 시스템을 함께 갖춰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아무리 좋은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를 따와도, 내가 그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예측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안정성이 결정된다는 현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사업자는 곧 ‘회사’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이해했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나면 법적으로는 단순한 개인이 아닌, 하나의 '사업체'로 간주된다. 하지만 그 인식 전환이 내게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프리랜서라는 말 속에는 왠지 ‘유연하고 가벼운 일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었고, 그래서인지 한동안 나는 사업자이기보다는 여전히 '디자이너 1인'에 가까운 태도를 갖고 있었다. 계약서 없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견적서를 간단한 메시지 한 줄로 대신하기도 했고,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명확하게 문서화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언젠가 꼭 문제로 돌아왔다. 한 클라이언트는 중간에 요구사항을 뒤바꾸며 작업을 전면 수정해달라고 했고, 다른 클라이언트는 작업 완료 후 일방적으로 비용을 감액했다. 그때마다 계약서가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나를 무방비 상태로 만들었는지를 절실히 느꼈다. 또,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하면서 거래처별 수익률, 지출 내역, 일정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않다 보니 세무 신고 시점이 다가올수록 혼란은 가중됐다. 결과적으로 나는 디자이너이자 운영자, 재무 담당자, 클라이언트 관리 책임자 역할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는 ‘사업가’라는 현실을 늦게나마 받아들이게 됐다.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흐름을 기록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태도야말로 진짜 사업자의 기본이었다.

 

후회는 배움이 되었고, 시스템이 되었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첫 해에 겪었던 시행착오와 후회들은 오히려 지금의 시스템을 만들게 해준 값진 경험이었다. 부가세 신고가 너무 어려웠던 첫 경험 이후, 나는 분기별로 세무사와 정기적인 회의를 잡아 수입·지출 구조를 미리 정리하게 되었고, 클라이언트별 계약서와 견적서를 템플릿화해 운영 효율도 높아졌다. 특히 전자계약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작업 전에 클라이언트와의 합의가 명확해지고 불필요한 오해도 줄어들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과정들이 쌓이면서 ‘나만의 사업 운영 방식’이라는 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프리랜서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1인 대표’라는 마인드로 일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다시 묻는다면, “사업자등록은 단순히 서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시작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충분히 준비된 후에, 나만의 기준과 시스템을 갖춘 상태로 시작해야 흔들림이 적다고 덧붙일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는 걸, 시행착오 속에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