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보다 중요한 건 흐름의 기록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 1인 사업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얼마를 벌 수 있을까’에 집중하기 쉽다. 프로젝트 단가가 얼마인지, 월수입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주요 관심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된다. 수입의 절대적인 크기보다 중요한 건 ‘흐름’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수입이 많아도 지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돈은 빠르게 사라지고, 반대로 수입이 작아도 흐름을 관리하면 사업 운영은 훨씬 안정된다. 이 흐름은 결국 기록에서 시작된다.
사업 초반에는 복잡한 회계 시스템보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나 엑셀을 활용해 간단히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월별로 수입과 지출을 나눠 기입하고, 각 항목을 업무 관련, 개인 소비, 예비 지출 등으로 분류해보자. 예를 들어 수입 항목에는 프로젝트명, 입금일, 수익금액, 세금계산서 여부를 기록하고, 지출 항목에는 지출일, 용도, 금액, 결제 수단, 증빙 유무 등을 기재하면 좋다. 특히 사업 운영에 필요한 지출과 개인 소비는 명확히 분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이 구분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세무 신고 시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고, 실제 지출 구조를 분석할 때도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기록은 단순히 숫자를 적는 것이 아니라, 돈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과정이다. 그 흐름을 이해해야 비로소 사업의 기반을 세울 수 있다.
회계 관리, 어렵지 않게 시작하는 도구 활용
프리랜서 초년생에게 회계 관리란 어쩐지 멀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다행히 요즘은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계 관리 도구가 많다. 특히 프리랜서 전용 서비스를 활용하면 시간과 노력을 훨씬 줄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많이 쓰이는 플랫폼으로는 자비스앤빌런즈, 프리즘, 삼쩜삼 등이 있다. 이런 플랫폼은 은행 계좌나 카드 내역을 연동해 자동으로 매입·매출 데이터를 수집하고, 세금계산서 발행과 부가세 신고 자료까지 자동 정리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회계 지식이 부족한 1인 사업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지원군이다.
나는 자비스를 통해 매달 회계 리포트를 받고 있고, 분기마다 세무사와 부가세 신고를 진행하고 있다. 덕분에 따로 거래내역을 정리할 필요 없이, 미리미리 준비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신고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구글 스프레드시트에는 별도의 회계 시트를 만들어두고, 세무와 무관하지만 내가 직접 추적하고 싶은 항목들—예를 들어 특정 프로젝트의 수익률, 고정비 대비 수입 비율 등—을 추가로 기록하고 있다. 자동화 도구와 수기 관리 시스템을 병행하는 방식이 현실적이고 안전하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기보다, 내가 자주 확인할 수 있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프리랜서에게 꼭 필요한 회계 감각
프리랜서 1인 사업자에게 회계란 단순히 세금 대비 준비가 아니라,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도구다. 프로젝트 제안을 받을 때 단가만 보고 결정할 게 아니라, 작업 시간과 경비, 일정 리스크까지 고려한 후 실제로 수익이 남는 구조인지 따져봐야 한다. 단가가 200만 원이어도 수정이 많고 일정이 길어지면 시간당 수익은 낮아진다. 반대로 단가는 낮지만 깔끔하게 끝나는 작업은 의외로 높은 수익률을 보일 수 있다.
이런 판단을 위해선 최소한의 회계적 사고가 필요하다. 프로젝트 단위의 수익률 계산, 월별 고정지출 확인, 사업 자산과 소비 자산의 구분, 그리고 세금 발생 시기까지 머릿속에 개략적으로라도 구조화돼 있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절세’다. 모든 지출이 경비로 인정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어떤 항목이 경비로 포함되는지 미리 알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장비 구입 시 세금계산서를 꼭 받아두고, 출장비나 회의비는 간이 영수증이 아닌 카드 결제 내역으로 남겨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결국 회계는 숫자를 기록하는 기술이 아니라, 내가 나의 사업을 얼마나 의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회계를 이해하면, 사업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연말정산과 종합소득세, 미리 준비하는 습관
1인 사업자로 등록하면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가 의무다. 이 시기가 되면 많은 프리랜서가 “지금까지 뭘 해온 걸까”라는 자책과 당황을 동시에 느끼곤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평소에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년간의 수입과 지출을 한 번에 정리하려니 복잡하고 누락이 생기고, 결국 불이익이나 세무 대리인 비용만 더 커진다. 이를 피하려면 연말정산이 아닌 ‘매월정산’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좋다.
매달 말일, 혹은 정해진 날짜에 한 달치 수입과 지출을 정리해보자.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는지, 경비로 빠질 수 있는 항목이 누락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영수증은 사진으로 찍어 노션이나 클라우드 폴더에 월별로 정리해두는 습관을 들이자. 회계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내가 직접 보고 정리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종합소득세는 단지 세금을 내는 절차가 아니라, 내 사업의 연간 리포트를 작성하는 과정이다. 한 해 동안 얼마나 벌었는지, 어떤 지출이 반복됐는지, 어떤 프로젝트에서 수익이 높았는지를 확인하고, 다음 해의 계획을 세우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회계는 나를 점검하는 거울이고, 이 거울을 매달 들여다보는 습관이야말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리랜서 디자이너 1인 사업, 노무나 계약은 어떻게 관리할까? (0) | 2025.07.11 |
---|---|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일과 삶 균형 맞추기 – 1인 사업의 현실 (0) | 2025.07.10 |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1인 사업자 등록 후 후회했던 점 (0) | 2025.07.08 |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1인 사업으로 전환하며 느낀 변화 (0) | 2025.07.07 |
프리랜서 디자이너 1인 사업, 거래처 신뢰를 높이는 방법 (0) | 2025.07.06 |